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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중세시대의 문학, 신앙과 사랑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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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의 문학은 기독교 신앙과 기사도 정신, 궁정 문화를 반영하는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아우른다. 성직자들이 주도한 종교 문학, 기사와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도 문학, 궁정 생활과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 등이 중세 문학의 주요 흐름을 형성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평면적이고 관념적으로 보이지만, 당시인들에게는 현실 도피와 이상 추구의 창구였다.

종교 문학의 흐름

성경의 영향

중세 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텍스트는 단연 성경이었다. 기독교 교리를 해설한 주석서, 성인들의 일대기를 그린 성자전, 예수의 수난을 묘사한 수난극 등은 모두 성경에 기반을 둔 종교 문학의 대표적 유형이었다. 이는 성직자들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대중 교화와 신앙 고취를 목적으로 했다.

신비주의 문학

중세 후기에는 신비주의 문학도 발달했다. 신비주의자들은 신과의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합일을 추구했는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와 장 다크 등이 있다. 이들의 글에는 영적 각성과 신비적 체험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신비주의 문학은 제도 종교에 깊은 영향을 끼쳤지만, 때로는 이단시되기도 했다.

순례자의 기행문

순례는 중세인들의 대표적인 신앙 실천 방식이었다.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성지를 순례하는 여정은 영적 수련의 과정이기도 했다. 순례자들은 여행길에서 겪은 견문과 감상을 기행문 형식으로 남겼는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그 대표적 사례다. 순례 기행문은 지리, 풍속, 문화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 중세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기사도 문학의 세계

영웅 서사시

중세 기사도 문학의 핵심 장르는 영웅 서사시였다. 『베오울프』, 『롤랑의 노래』, 『니벨룽겐의 노래』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들 서사시는 부족 영웅들의 무용담을 다루면서 기사도 정신을 구현한다. 주인공들은 대개 비범한 능력을 지닌 전사로, 악에 맞서 선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충성, 명예, 용기 등이 이들의 주요 덕목이었다.

아더 왕 전설

아더 왕과 원탁의 기사를 다룬 브리튼 전설도 중세 기사도 문학의 중요한 축이다. 12세기 크레티앵 드 트루아가 쓴 5편의 운문 로맨스는 궁정식 사랑과 기사도의 모범을 제시했다. 고프리 오브 먼머스의 『브리튼 왕들의 역사』, 토마스 말로리의 『아더 왕의 죽음』 등도 널리 읽혔다. 아더 로맨스는 기사도 정신을 내면화하고 세련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그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

기사도 로맨스

아더 왕 로맨스와 더불어 중세 후기에는 각국의 기사도 로맨스가 유행했다. 독일의 『파르치팔』, 스페인의 『엘 시드』, 영국의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에서는 기사의 모험과 연애, 명예와 충성이 주요 모티프로 반복된다. 기사도 로맨스는 궁정 문화를 반영하면서 귀족 계층의 취향을 충족시켜 주었다.

궁정 문학과 서정시

트루바두르 문학

중세 궁정 문학의 효시는 11세기 남프랑스에서 꽃핀 트루바두르 문학이었다. 기욤 9세, 베르나르 드 벤타도른 등의 작가들은 정제되고 세련된 언어로 궁정식 사랑을 노래했다. 이들에게 사랑은 여성에 대한 헌신적 봉사였으며, 욕망의 승화와 인격 도야의 기회였다. 프로방스 문학은 유럽 각국의 서정시에 큰 영향을 끼쳤다.

minnesang 문학

minnesang은 독일의 궁정시로, 12~13세기에 절정을 이루었다. 대표 작가로는 발터 폰 데어 포겔바이데, 볼프람 폰 에셴바흐 등이 있다. 이들은 트루바두르의 영향을 받아 정숙과 절제의 이상을 노래했다. 하지만 독일적 특성을 잃지 않고 자연 속 사랑의 정취를 묘사하기도 했다. 궁정시는 중세 문학의 주류를 형성하며 서정시의 새 지평을 열었다.

스콜라 철학시

중세 후기에는 대학이 발달하면서 스콜라 철학이 꽃을 피웠다. 12세기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연시는 스콜라 철학시의 대표작이다. 두 사람은 격정적인 사랑에 빠졌으나, 주변의 반대로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이들의 편지는 사랑의 희열과 고뇌, 갈등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스콜라 철학시는 이성과 신앙, 열정과 금욕의 긴장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알레고리 문학의 세계

『장미 이야기』

13세기 최고의 알레고리 문학은 단연 윌리엄 드 로리스와 장 드 묑의 『장미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꿈속에서 장미를 따려는 주인공의 모험을 그리면서, 사랑과 덕목에 관한 중세적 관념을 집대성했다. 각각의 인물과 사건은 상징과 알레고리로 해석되었다. 『장미 이야기』는 중세 문학과 사상을 꿰뚫는 집대성의 작품이었다.

단테의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은 중세와 르네상스의 가교를 잇는 걸작이다. 이 서사시는 시인의 연인 베아트리체를 따라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각 세계는 중세 기독교의 우주관에 따라 9층으로 배치되며, 인간의 선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신곡』은 중세의 총화이자 인간 정신사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윌리엄 랭글랜드의 『피어스 플라우맨의 비전』

윌리엄 랭글랜드의 『피어스 플라우맨의 비전』은 영국 중세 문학의 백미로 꼽힌다. 농부 피어스가 꿈속에서 진리, 정의, 이성 등의 추상적 인물들을 만나는 내용이다. 작품은 중세 사회의 부조리와 종교계의 타락상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동시에 진정한 그리스도교적 삶에 대한 희구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후대 영국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종교극의 발달

교회 의식극

중세 드라마의 연원은 교회 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 등 주요 축일의 미사에는 성극 형식의 짧은 연극이 삽입되곤 했다. 이는 라틴어로 진행되는 미사의 내용을 평신도들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간단한 의식극이 발전하여 성극이 탄생했고, 점차 교회 밖으로 연행 공간을 넓혀갔다.

성극(mystery play)

성극의 주제는 주로 성서, 특히 구약과 신약의 내용이었다. 영국의 체스터 사이클, 요크 사이클, 프랑스의 『아당과 에브의 연극』 등이 유명하다. 대개 창조에서부터 최후 심판까지 성서 전체의 내용을 망라하는 대작이었다. 도시의 상공인 길드가 제작과 연행을 담당했으며, 시장에 특설 무대를 세우고 연극제 형식으로 공연했다.

소극(morality play)

소극은 성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추상적 개념을 의인화한 알레고리 드라마다. 에브리맨, 선, 악, 죽음 등이 등장인물로 나와 도덕적 메시지를 전한다. 영국의 『에브리맨』, 『자비』, 『인류의 성castle』 등이 대표작이다. 소극은 도덕교화라는 목적을 위해 인물을 단순화하고 플롯을 도식화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세속 연극의 싹을 틔우는 디딤돌이 되었다.

중세 문학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귀족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교회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여 세속 문학의 성장이 더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 문학은 기독교 신앙과 인문주의 정신, 사랑과 영웅 이야기 등으로 풍요로운 문학적 토양을 배양했다. 근대 문학의 상상력은 이 땅에서 풍성한 양분을 공급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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